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수태고지(受胎告知)|
그림의 주된 테마는 마리아의 집에서 벌어지는
마리아와 가브리엘의 대화이다.
천사는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루가 1,35)라는 말을 하고 있으며,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라고 대답한다.
이 모든 일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섭리임을 천사와 마리아 사이에 놓인
기둥 윗부분에 임하신 하느님께서 보고 계신다.
또한 축복이라도 하시는 듯 이 순간 하느님께서는
손을 뻗쳐 강한 황금빛 빛줄기를
성령 비둘기와 함께 이 건물 안에 보내고 계신데,
그 빛이 멀리 마리아의 "초라한" 침실에 머무는 것 같다.
지금 하느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사자로서의 가브리엘은
그 성스러운 임무에 들뜨고 적극적인 모습이며,
마리아는 성령을 따르는 온유하고 겸허한 모습이다.
머리 모양을 보더라도 구불구불하고
멋진 가브리엘과 곱게 빗어 단장한 동정녀의 머리가 대조를 이룬다.
특히 두 손을 가슴에 댄 것은 부끄러움과 더불어
하느님께서 명하신 의무에 복종하겠다는 모습이다.
천사의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 분홍빛 옷자락과 마리아의 청색과 분홍색 옷 역시
이런 순간의 적극성과 수용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분홍이 환희라면 청색은 가난을 사랑하는 겸손함이며
하늘의 여왕인 동정녀를 상징하는 색이 아닌가..?
마리아의 무릎 부분은 천사가 오기 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리아는 하느님을 흠모하며 성경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들을 잉태하는 젊은 여성에 관한
이사야 7장 14절을 음미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림의 왼편에는 낙원에서 추방되는 최초의 부모 아담과 하와의 모습이 보인다.
흔히 대천사 성 미카엘이 이들을 에덴에서 고통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이는 원죄의식을 망각하지 말고,
그리스도가 인류를 죄에서 구하고자 세상에 태어남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금 하느님께 버림받아 부끄러움에 가죽옷을 걸치고 마리아의 정원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가브리엘이 인류의 어머니에게로 인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정원은 수태고지가 이루어지는 성스러운 장소이자
추방된 아담과 하와가 발을 딛는 험난한 세계이기도 하다.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죄를 지은 인간이 그리스도의 탄생과 더불어
구원의 생명을 얻을 것이라는 하느님의 섭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공간이다.
아무 죄가 없기에 동정녀 마리아를 "가시 없는 장미"라 부르지 않는가..?
이 정원에는 마리아의 순수성을 상징하는 백장미들이 피어있으며,
그 꽃 위를 죄를 짓고 추방당하는 아담과 하와가 딛고 있음은,
오늘 우리 삶의 존재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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