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섣달 그믐날,
새들이 어디로 갔는지 둥지만이 죽나무에 덩그런히 걸려있다.
얼마나 정교하게 지어놓았는지 눈이 내려도,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그대로 있다.
돌아보면 한 해가 마치 걷지 못한 산길처럼
아쉬움과 다행을 함께 남기고 서 있다.

웃음도 있었고, 말 못 할 근심도 있었으나 그 모두가
오늘 이 밤의 불빛 속에 은은한 온기로 스민다.
그믐은 끝이 아니라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고요한 숨 고르기,
새 아침을 맞기 전 마음의 장독을 여는 시간.
묵은 것은 흘려보내고 남길것은 가슴에 고이 담아
섣달 그믐날에,
조용히 스스로에게 절 한 번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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