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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저산산이좋아/친구와산행길

무능도원을 거닐다../11년5월21일(토)

 

 

 

 

 

 

 

 

현실세계에서 몽유도원에 가는 길 알지 모르지만

꿈속에 나가 토란잎이나 도롱이를 걸치고

고관대작의 꿈 버리고 고대광실을 바라지 않으면

한 번 쯤 안견의 꿈에 이르지 않으랴.

 

 

 

 

 

 

 

 

 

 

 

 

 

 

 

 

 

어느 생의 모퉁이에서였던가

어느 시절 피 눈물 속 이었던가.

황급히 세월의 손잡아 끌고 생트집을 잡아

 몽유도원으로 떠나기를 재촉하지 않았던가.

입술이 붉은 날 생생한 노래 부르며

어기여차어기여차

몽유도원으로 떠나자며 마음의 노래 세상 깊이 내리기도 했을 테니

 

 

 

 

 

 

 

 

 

 

 

 

 

몽유도원이 아니더라도 어디라도 떠나버리자고

짐을 이리저리 챙기고 간난 세월 앞세우고

 뒤세우고 가자는 것이 한낱 추억이 아닐 텐데

마음을 뿔처럼 곧추세우고 치닫고 싶은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경외심이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십장생이 아니더라도 몽유도원의 도화로 후루루

 진다해도 몽유도원으로 가고 싶네.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의 마음이야 얼마나 절실 했겠나. 난 몽유도원에 가기 위해

 내 꿈 훌훌 다 버려 본적도 없다. 오르가슴을 찾아 시도 때도 없이 일어서

끄덕거리는 정신을 따르는 것도 생이라고 바람 불면 욕망의 바다에 뜬 일엽편주,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대세라고 독백하며 한 세월 보냈으니  

 

 

 

 

난 한 번도 내 손으로 몽유도원 가는 길을 앉은뱅이 꽃처럼

키 낮은 꿈으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르쳐드리지도 못했다.

모시수건에 그 길 하나 풀꽃과 함께 그려드리지 못했다.

몽유도원으로 가려는 넉넉한 마음 가지시게 한 적도 없다.

만약 내가 그렇게 했더라면 섬섬옥수로 청아한 다듬이질 소리로

 골목을 깨우는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그런 곳 있다고

 정갈하게 머리 빚고 앉아 나직이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어머니 그렇게 하시면서 허송세월 보내도 좋으시련만

 

 

 

 

 

 

 

 

어디서 누군가 함께 길 떠나기를

기다려본 적은 있는가.

그리움 페이지를 침 발라넘기며 함께 몽유도원으로

 떠나기를 기다려 본 사람은,

몽유도원을 꿈꾸는 자의 여행은 청정의 강물처럼

  몽유도원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어느 여행지로 떠나는 것과는 확연이 다를 것이다.

 

 

 

유도원에 가면 몽유도원의 살림살이로 닭울음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시간의 올올 하나 다치지 않으며 몽유도원의 나날을 보낼 것이다.

거리에서 오가는 사람의 어깨를 툭 치며 도를 아십니까.

가 아니라 몽유도원으로 함께 떠나자던 봄날도 있었다.

새털구름 하늘 아래 서성거렸던 가을날도 있었다.

멀리 몽유도원이 있어도 때로는 내 안의 몽유도원 이다.

세상 쓸쓸해질 때 내가 들어가 거닐던 몽유도원 이다. 

 

 

 

 

난데없이 생의 격정이 일어나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려던 날도 몽유도원이 그리웠다.

사랑도 하나의 욕망에 눈머는 일, 몽유도원은 나에게 가르침이었다.

아득한 생의 벼랑에서 나를 진정시키는 꿈이었다.

내 지그시 바라본 한 폭 그리운 사람의 가슴이었다.  

 

 

 

 

 

 

 

아버지 이 세상이 아버지가 만드신

몽유도원이라면 죄가 되나요.

아버지가 평생 몽유도원으로 꾸미시고 갔다고 하면 사기죄인가요. 허풍인가요.

아버지가 만드신 사랑이 바로 몽유도원임을 압니다.

망치로 톱질로 가재도구 만드시고

삽질로 낫질로 마당가에 자라던

 감나무며 대추나무며

 그 실한 과수가 몽유도원의 한 컷 풍경이 아닙니까.

이제는 아무리 웃자라도 열매가

작아져도 난 도저히 낫질을 하거나

해갈이 하는 나무마저 미워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 손길이 일일이 배어있는 오늘의 이곳이 바로 몽유도원입니다.

함께 어우러져 맑은 술 나무고 화전 부치는 몽유도원 입니다.

아버지 억지를 부려 아버지를 난처하게 만드신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아버지가 두고 간 몽유도원이 날마다 발전하며 진화한다고 노래해도 그냥 눈감아 주세요.

어디나 몽유도원의 간판을 걸지만 다 상술임을 압니다.

 

 

 

 

 

 

 

 

 

 

몽유도원인 아버지 이제는 무덤 하나로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난 몽유도원인 아버지 곁에 나란히 눕습니다.

누어서 가는 구름이나 되새김질 해보고 질 좋은 아버지의 잠을 똑똑 노크합니다.

아버지 세상에서 지쳐서 온 나를 잠시

 쉬라고 아버지 잠으로 흠뻑 적셔줍니다.

 

 

 

 

 

 

 

 

 

 

 

방아깨비 때 때 때 날고 북방여치 우는 아버지 무덤 곁에서 난 평온한 잠에 적습니다.

 잠들면 몽유도원으로 데려가시는 아버지 몽유도원 아버지, 나의 아버지  

 

 

 

 

 

몽유도원의 아버지, 몽유도원은 언제나 아버지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서두르지 않고 아버지 천년 잠에서 꿈속으로 나가 날마다 일하셨을 것입니다.

목마르면 생시의 그늘을 바닷가를 그리워도 하면서,

 천천히 구름의 속도로 내부수리를 하고 기름칠을 하고

번지수를 고치고 몽유도원의 일로 내내 바쁘실 겁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몽유도원 속의 아버지,

필요하면 먼 바람에게 푸른 바람 한줄기 탁발하러나서는 아버지,

몽유도원의 일이라면 손발을 다 걷어 부치시는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를 남겨두시고 가 몽유도원 속의 홀아비이신 아버지,

몽유도원에 저녁이 오면 그리움의 호롱불 켜실 것입니다.

곰방대 땅땅 이승 쪽으로 치시며 밥 짓는 연기 그리워하실 것입니다.

혼자서 끼니 챙겨 드시고 꿈 챙겨 드신다고 바쁠 것입니다.

 

 

 

 

 

몽유도원을 거닐고 왔지만 여전히 아쉽습니다. 언제나 버리지 못할 몽유도원에 대한 아쉬움,

 

 

 

 

 

몽유도원도 하나의 나라,

세상의 숱한 아나키스트들이 몽유도원이라는 나라로 망명해 올 때까지

바람이니 별이니 새이니 강물이니 수려한 풍경이니 다 몽유도원이라는

국적을 취득할 때까지 나 몽유도원의 하늘에 깃발 아득히 휘날리지 못했고

몽유도원이라는 말 한 땀 한 땀 수놓지도 못했습니다.

 

 

 

 

 

함께 몽유도원에 살자던 말,

몽유도원에 대한 비밀을 말하던 사람,

숱하게 몽유도원을 기웃거리던 사람이 다 그리워지는 날,

 난 몽유도원을 거닐고 와 울었습니다. 몽유도원을 함께 거닐지 못한 이름을 울었습니다.

2010년 시산맥 가을호 몽유도원을 거닐다  김왕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