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찌든 심신 전어회로 씻어낼까…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다가오자 서천 시장에 반가운 생선이 등장했다.
전어다. 해마다 가을이면 금강 어귀에 전어떼가 몰려온다.
한 여름 먼 바다에 있다가 찬 바람이 나면 연안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어부들은 신바람이 나고, 인심도 후해져 포구마을은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전어가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 한 다라이를 단돈 만원에 사다가 동네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이제 곧 홍원항에서는 전어축제가 벌어질 것이다.
이렇게 전어가 몰려들 때의 시대별 포구 풍경도 많은 변천을 해왔다.
지게로 퍼나르는 모습이 60년대 풍경이라면, 70년대에는 리어카, 80년대는 경운기, 지금은 트럭이다.
산란기는 3∼6월경으로 입하 전후로 떼를 지어 몰려와서는 개흙을 먹으며
연안의 얕은 바다, 특히 만내의 밑층에 산란한다.
산란기는 봄철이지만 여름철에 충분한 먹이활동을 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일 년 중 가을 전어가 가장 맛이 좋다.
전어는 은근한 콩대불에 재를 잔뜩 뒤집어쓰고 구워져야 제맛이다.
콩대불은 아니더라도 비늘도 긁지 않은 채 통소금에 한 시간 정도 절였다가
아궁이불에 석쇠 얹어 구우면 기름이 지글지글 흘러나오고,
냄새는 동네방네 퍼져나가 이웃들 후각까지를 자극한다.
오죽하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살을 발라 먹을 때도 기술이 요구된다.
전어의 머리 부분을 잡고 통째로 입안에 밀어 넣은 다음 앞니로 아가미 밑 부분을 지그시 누른 상태에서 잡아당긴다.
그러면 영락없이 살은 입안에 남고 뼈만 고스란히 발라져 나온다.
전어를 뼈째 잘게 썰어 야채, 초고추장 등을 넣고 찬밥 비벼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또한 깻잎, 양배추, 풋고추 등과 함께 버무린 전어 회무침도 미각을 사로잡는다.
<전어구이>
전어의 참맛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전어속젓이다. 남해안 지역에서는 밤젓이라고 한다.
전어는 동물성, 식물성 프랑크톤과 바닥의 유기물을 뻘과 함께 먹는데,
위가 모래주머니 모양으로 되어 있어 위벽이 두텁기 때문에 이를 다 소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모래주머니째 내장으로 젓을 담그면 골콤하니 뻘이 약간씩 씹히는 게
밥에 비벼 먹거나 야채를 쌈해 먹으면 맛이 아주 일품이다.
전어는 우리나라 동서남해안과 일본 중부이남해역, 발해만 동중국 해 등에 분포되어 있다.
연안의 표층∼중층에 사는 근해성 어종으로 큰 회유는 하지 않지만
보통 6∼8월에는 바깥바다에 있다가 가을, 겨울에는 내만으로 이동하여 생활한다.
이제 전어가 가을 기운을 몰고 왔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폭염에 찌든 심신 전어회로 씻어내볼까.
< 뼈째 썰어 먹는 전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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