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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저산산이좋아/친구와산행길

31도 더위를 피해 호암산으로../20년 6월6일(토)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


마스크가 신분증보다 필수품이 된 기이한 현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오전 9시 지나 산에 가기 위해 지하철 1호선에 탑승했다.

주말이라 좌석이 여유가 있어 호 친구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내가 앉아있는 몇 자리 건너에 40대 젊은이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잠을 자고 있다.
행색이 남루하지만 노숙인 같지는 않아 보인다.
신고 있는 구두는 버려도 몇 번은 버렸어야 할 만큼 가죽이 갈라지고 헤어지고 한 데다

먼지는 왜 그렇게 묻어 있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둘러매고 다니는 가방을 옆자리에 놓았으니 혼자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몇 정거장 지나 옆자리에 앉아있던 나이 많지 않아 보이는 여성분이 내리려다 말고
자기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더니 잠자고 있는 그 친구 가방 위에 놓고 내린다.

뜯지 않은 새 마스크다.

 

이내 많은 승객들이 들어오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되니 그 젊은이 잠에서 깨어나

두리번거리다 가방 위에 있는 마스크를 보고 자기 것이 아니니 의자에 내려놓으려고 한다.

같은 칸에 있는 누구 하나 말이 없다. 다들 관심을 갖고 쳐다보고 있었는데도~~
할 수 없이 내가 나서서 당신 마스크 착용하라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성분이 놓고 간 거라고 알려줬다.

그제야 무표정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걸 보고 나니 새삼스럽게 그 여성 분한 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마스크 한 장~~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니겠지만 이런 작은 사소한 베풂이 여러 사람을 감동케 한다.

그런데 나한테도 시련이 다가왔다. 산행을 마치고 대로에 나와 버스를 타려고 마스크를 찾으니 없다.
분명 하산하기 전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마지막 쉼터에 놓고 온 것 갔기도 하고..

이럴 땐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게 요즘 우리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세태이다.

평소 출퇴근 시에는 여유분을 몇 개씩 가방에 넣고 다니다 오늘은 한 개만 쓰고 갔으니 어쩌랴?

호 친구도 여유분이 없다. 하기사 친구도 집 나올 때 무심코 그냥 나와 약국에서 한 장 사서 쓰고 왔다니~~


마스크 없이는 버스에 승차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데다 기사양반이 승차 거부하면 망신살이다.
할 수 없이 영화에서 강도질할때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하고 버스에 오른다.

다행히 승객이 많지 않다.

호 친구가 버스기사한테 일회용 마스크 얻을 수 없냐고 물어보니 요즘은 배급이 없단다.

그냥 머플러로 얼굴을 감싸고 뒷좌석으로 가서 숨죽이며 왔으니 그 심정 오죽했으랴..


오전 지하철 안에서의 그 젊은이나 오후 귀가할 때의 내 모습이 피장파장 아니던가?

         31도의 더위 때문은 아닌 것 같지만 어찌 되었던

             염치없는 상황을 연출했던 6월 6일 현충일의 단상이다.

 

 

 

 

 

 

 

 

 

 

 

 

                     마스크때문에 밥값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