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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들/푼수같은소리

小步(가볍게 걸어..)

 

 

 

 

 

 

 

小步(가볍게 걸어..)

 

 

溪北和風雪易消(계북화풍설이소)

개울 북쪽이라 바람 따사로워 눈이 잘 녹았구나!

晩來閑步出東橋(만래한보출동교)

저물 무렵 가볍게 걸어서 동쪽 다리로 나왔더니


歸鴻得意天空闊(귀홍득의천공활)

창공이 드넓게 펼쳐져 북으로 갈 기러기는 의기양양하고

臥柳生心水動搖(와류생심수동요)

얼었던 물이 풀려 흐르니 누워 있던 버들이 활기를 찾았네.

 


物色園林如去歲(물색원림여거세)

동산의 풍경은 지난겨울과 다름없어도


春遊燈火到元宵(춘유등화도원소)

등불 켜고 봄을 즐기는 대보름이 다 되었네.


少年行樂非吾事(소년행락비오사)

젊은이의 행락은 내가 할 일 아니라도


斗酒雙柑亦自謠(두주쌍감역자요)

 감귤 두 개에 술 한 말 콧노래가 절로 나오네.

 

-홍세태(洪世泰)-

 

 

숙종 때 여항(閭巷)의 시단을 이끌었던

유하(柳下) 홍세태(洪世泰·1653 ~1725)의 시다.

 

해가 바뀌고 대보름이 다가오는 철, 양지바른 곳에는 쌓인 눈이 먼저 사라졌다.

 겨우내 틀어박혀 있다가 가까운 들판으로 나와 조금 걸어본다.

 

소보(小步)란 원제목이 참 정겹다.

 

 날이 풀려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기 좋게끔 창공은 드넓고,

 죽은 듯 누워 있던 버들이 다시 일어나게끔 얼음이 풀려 시냇물이 다시 흐른다.

 풍경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라도 새봄 맞는 철인 것은 틀림없다.

 젊은 애들처럼 행락 분위기에 휩쓸릴 수야 없지만 술동이를 받아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쯤은 당장이라도 하고프다.

 적설이 풀려 새봄맞이 소보를 내디디니 찌뿌듯하던 몸과 마음도 활기를 되찾는다.